제조사마다 통신규약 달라...호환 문제로 업체 교체에 애로
환경부, OCPP 1.6로 충전 프로토콜 표준화 작업 추진
운영 이전·대규모 네트워크 구축 수월...확장성↑개발비↓
플러그앤차지·보완 기능 있는 2.0 택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지난 2018년 완속충전기를 설치한 서울 한 아파트. 부실한 충전기 관리로 문제가 있었던 A업체와 계약을 끝내고 B업체를 찾았으나 업체 교체가 녹록지 않다. A업체에서 제조된 충전기의 통신규약과 펌웨어가 B업체와 달라 곧바로 운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업체 간 요청을 통해 진행됐으나 늦은 대응과 통합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몇 주간 충전기를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정부가 충전 제조사마다 상이했던 운영시스템, 충전시설 제품의 충전 통신규약을 일치시키기로 했다. 내년부터 환경부가 추진하는 충전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는 개방형 통신규약 1.6(OCPP 1.6)으로 충전기 체계를 구축하고 공인인증을 받아야 한다. 충전 통신규약(프로토콜)은 충전기와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원활히 주고받기 위해 약속한 신호 송신 순서, 데이터 표현법 등 여러 가지 규칙을 말한다.
그동안 충전기 제조·운영 업체는 자사의 프로토콜을, 충전 운영만 하는 업체는 납품받는 1~2개 업체의 충전기 프로토콜만 적용해 운영하면 됐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충전기 보급이 늘어나면서 각자 다른 통신 체계 때문에 생기는 운영 이전, 로밍 등 호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무엇보다 전기차의 본격적 확산을 위해서는 충전설비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 전력망과의 연계 운영 등의 용이한 표준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환경부는 확장성, 개방성을 장점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OCPP 1.6을 선정하게 됐다.
OCPP는 OCA(Open Charge Alliance)에서 만든 개방형 충전 통신규약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대표적인 전기차 충전인프라 프로토콜이다. 현재는 2.0.1 버전까지 발표됐다. OCA에 따르면 OCPP 사용시 충전소, 아파트 단지 등 충전사이트가 충전기 공급자의 도움 없이도 OCPP 기반의 다른 충전 네트워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또 운영관리 체계가 일원화돼 다양한 충전기를 사용하는 대규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쉬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OCPP는 흔히 사용하는 웹브라우저와 연계가 쉬운 웹소켓 기반이라 확장성이 뛰어나고 개발비 또한 절감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올해 안에 OCPP 1.6 기반의 충전기와 서버를 구축하고 공식 인증받은 업체에만 내년도 정부 충전기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다만 보안 및 전력망 연계 등의 향후 과제를 봤을 때 2.0 이상을 채택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 버전에는 1.6 버전에 없는 기능들이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우선 논리모델을 세분화시켜 복잡한 충전기 체계에도 대응이 수월하다. 또 전송계층보안(TLS) 보안 기능이 포함돼 앞으로 국정원에서 서버를 인증받아 오라는 등의 보안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증서 관리 기능이 있어 전기차에 충전 플러그를 연결만 하면 사용자 인증 및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플러그 앤 차지'가 가능해진다. V2G 등 전력망 연계도 가능하다. 이에 LH도 2.0. 버전을 채택했으며 스마트그리드협회 단체 표준도 2.0 버전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스마트그리드 보급사업 때 양방향 통신이 불가능한 AMI를 설치해 그리드 관련 비즈니스가 늦어졌다”며 “충전 사업의 미래를 보고 버전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당장 최신 버전을 적용하면 비용과 기술적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생길 수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버전인 1.6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기신문 : 2021년 03월 17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