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쟁 종결…"LG는 2조 얻고 SK는 명성 얻어"
LG, 현대차 화재 원인 못 밝혀 리콜 시 배터리 전량교체 위험
폭스바겐 각형 배터리 내재화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 승리
과거 기술 차용 전고체배터리 안전성 문제 해결 못해
K배터리 미래 파우치·원통형, 미국 전기차 흥행 관건
올해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K-배터리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2년간 치열하게 싸워 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종결됐고 현대자동차는 잇따른 화재에 대응해 8만대가 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리콜을 결정했다. 여기에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 폭스바겐이 배터리의 내재화를 발표하면서 K-배터리 위기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산업 1세대이자 자칭 ‘배터리 마피아 교주’인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 시점이 K-배터리의 추락과 반등의 경계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배터리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고 보는 게 맞으며 자칫 일본 배터리 꼴이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91년 세계 최초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에 성공한 소니를 비롯해 산요, 파나소닉 등 배터리 강자들이 즐비했지만 이후 잇따른 전략 오판으로 현재는 사실상 파나소닉만 살아남은 상태다.
박 교수는 업계와 정부가 배터리의 미래 기술로 꼽고 있는 전고체 방식에 몰두하기 보다는 현재의 리튬이온 방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고체 자체가 리튬이온보다 오래된 개념이다. 새로운 전고체 소재가 나오면서 최근 재도전 하고 있는 것인데 아직 리튬이온을 꺾을 정도로 강력한 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고체는 먼 이야기”라고 조언했다.
▶LG에너지솔루션(LG)과 SK이노베이션(SK)이 2년 만에 배터리 분쟁에 합의했다. 분쟁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얻은 것이라면 LG는 합의금 2조원을 얻었고 SK는 배터리 명성을 얻었다. 분쟁 전만 해도 양 사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니까 시장에서는 SK를 낮게 평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쟁을 통해 SK 실력이 LG에 버금가는 파우치(배터리의 형태)의 거인이라는 것을 시장이 알게 됐다.
잃은 것이라면 SK는 포드와 폭스바겐의 추가 수주를 받지 못했고 LG도 그 수주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는 종전이라기보다는 휴전에 가깝다고 본다. 미국 정부에 의해서 급브레이크가 밟히면서 급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양 사는 10년간 쟁송 금지에 합의했는데 참고로 특허 인정기간은 20년이다.”
▶교수님은 분쟁과정이나 지금도 SK에 다소 유리한 발언을 많이 하셨다. 일각에서는 SK 주주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데.
“SK로부터 거액의 과제를 받았다는 둥 여러 말이 많은 데 전혀 받은 거 없고 양 사 주식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초지일관 SK 기술이 낫다고 말했다. 배터리의 핵심인 코팅(극판제조), 코어셀 구조, 분리막 모두 LG보다 낫다고 본다. 특히 분쟁 막바지의 특허 소송에서는 SK가 이겼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LG가 크게 높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SK 브랜드 위상이 LG에 버금간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현대차가 코나전기차 등에 대해 국내만 2만6700여대, 글로벌적으로는 8만1000여대 배터리 무상교체 리콜을 결정했다. 배터리는 LG 제품이다. 이 사안은 어떻게 보는가.
“현대차는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리콜을 결정했다. (1차 리콜 이후) 추가 화재가 나자 바로 배터리 전량 무상교체로 갔다.
이번 리콜로 LG가 곤란해졌다고 본다. 현대차의 미국 리콜 사유에는 ‘배터리 결함’이 원인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는 LG 배터리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주총에서 배터리 결함을 인정했다.
문제는 LG가 아직 화재 원인을 연구 중이라는 것이다. 화재 원인을 연구 중인데 어떻게 배터리 문제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인가. 이는 화재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을 때 배터리 전량교체로 갈 수밖에 없는 위험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GM의 배터리 화재에 따른 볼트전기차 리콜 문제와도 연결된다. GM은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코나처럼 배터리 전량교체로 갈 것이냐를 결정할 것이다. GM이 소프트웨어 개선으로 간다면 시장이 이를 용납할지 의문이다.”
▶세계 완성차 업체 1위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하면서 K-배터리 위기론이 불거졌다. 어떻게 평가하나.
“폭스바겐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택했다. 2030년까지 개당 40GWh씩 총 6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그중 1개는 자체적으로, 1개는 유럽 배터리업체 노스볼트와 합자로 짓는다. 나머지 4개는 아직 미정인데 자체 혹은 합자 가능성을 다 열어 놓고 있다.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한 이유는 CTP(Cell to Pack), CTC(Cell to Chassis) 때문이다. 이 기술은 단전지(셀)에서 팩으로 갈 때 모듈을 쓰지 않음으로써 팩의 죽은 공간을 줄여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형도 파우치에 육박하는 에너지밀도를 낼 수 있다. 각형 경쟁력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이는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고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생태계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배터리와 전기차 업체의 협업이 상상외로 견고하다.
폭스바겐의 나머지 4개 합자공장도 중국이 유리하다. 삼성SDI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본다. 지난해 양산한다고 했던 젠(GEN)5 배터리가 아직도 안나오고 있다.”
▶주식 공매도 세력이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퀀텀스케이프의 기술 실체가 없다고 평가하면서 주가가 크게 내려갔다. 전고체 배터리는 어떻게 보는가.
“퀀텀스케이프 방식은 1999년 미국 오크릿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특징이 음극재 프리 및 초소형 박막전지 기술이다. 퀀텀스케이프와 솔리드파워, 삼성종합기술원이 비슷한 계열 기술이다.
세 회사가 다 브레이크쓰루(break through) 기술이 있는 게 아니다. 과거 기술을 차용했고 토요타의 고체전해질 기술을 빌려왔다.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리튬금속은 안전성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전해질만 바꾼다고 극복하지 못한다. 현재 리튬이온 방식의 음극소재 이상의 소재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참여정부에서 차세대전지 성장동력사업단을 총괄하고 있을 때 리튬설퍼, 리튬에어 등 전고체 제안이 왔지만 탈락시켰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초연구는 필요하지만 잘못했다가는 선택과 집중이 어긋난다. 10년 안에 산업화가 완료되고 일정 규모의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리튬이온 설비도 엄청나게 증설이 될 건데 그걸 갈아 엎을 수 없지 않나.”
▶K-배터리의 나아갈 방향은 어디라고 보는가.
“10년 후에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사 3사 중에서 과연 몇 개나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흡수합병 될 수도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1990년대 세계 최초 리튬이온배터리 상용화에 성공한 소니를 비롯해 산요와 파나소닉이 있고 그 뒤로도 괜찮은 배터리 업체들이 많았다. 하지만 5~6년 지나면서 작은 회사들은 사라지고 소니는 중대형으로 진입 못하고 무라타로 인수됐다. 산요는 전지사업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그룹사 문제로 파나소닉으로 인수됐다. 살아남은 파나소닉은 세계 최강이 됐다. 일본의 또 다른 배터리 업체인 PEVE(Primearth EV Energy)는 파나소닉과 토요타의 합자사이다.
우리는 파우치형에서 압도적이고 중국은 각형, 일본은 원통형에서 압도적이다. 여기에 LG와 삼성이 원통형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장래는 파우치형과 원통형에 달렸다. 내년에 파우치와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한 미국 전기차의 판매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전기신문 작성 : 2021년 04월 28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