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기름값이 2012년 10월 이후 9년 8개월 만에 리터당 2000원을 넘었다.
9월 8개월 만에 휘발유·경유 2000원 넘어
싱가포르 역대 최고가 기록, 일주일 후 국내 반영
수급 타이트, 러시아·이란 제재, 환율 급등
주유소 기름값이 2012년 10월 이후 9년 8개월만에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번에는 당시 기록한 최고가격을 훌쩍 넘어 경험해 보지 못한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석유 수급이 굉장히 타이트하고 강대국간 갈등도 격화되고 있으며, 환율마저 높게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기름값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5월 3째주 공급가격은 휘발유 1893.96원, 경유 1898.14원으로 1월 1째주보다 각각 25.7%, 42.7% 올랐다. 이로 인해 주유소 기름값은 2012년 10월 이후 9년 8개월만에 휘발유는 2000원을 넘었고, 경유는 사상 처음으로 2000원을 넘었다.
사실 유류세 30% 인하가 없었다면 현재 기름값은 2012년을 훌쩍 넘은 상태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 기준으로 2012년보다 리터당 220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기름값은 지금도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세가 이제 시작단계라는 것이 석유업계의 분석이다.
일단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주는 싱가포르의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사상 최고로 올랐다. 지난 5월 27일 기준 휘발유(옥탄가 92론) 146.1달러, 경유(황함량 0.001%) 155.99달러로 불과 3일만에 9~10달러나 올랐다.
싱가포르 가격은 약 일주일 후 국내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정유사 공급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 석유시장 환경은 가격 상승요인들로 가득하다. 포스트 코로나로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에서는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와 이란의 수출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루당 글로벌 석유 수요는 9880만배럴로 전년 동기의 9320만배럴 대비 6% 증가했다. 반면 공급은 9840만배럴로 전년 동기의 9240만배럴보다 6.5% 늘었지만 여전히 수요보다 적은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금지 합의에 거의 다다랐다. 그동안 헝가리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합의를 반대해 왔지만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라도 끝내 제재를 하겠다는 것이 유럽연합의 방침이다.
타이트한 석유 수급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란의 석유시장 재진출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힘들게 됐다. 이란은 혁명수비대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27일 기준 영국 브렌트유(Brent)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 2.03달러 오른 119.43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0.98달러 오른 115.07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치솟았던 지난 3월 7일의 123~125달러로 향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15시 기준 1240.2원으로 최근 일주일간 평균 환율은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적으로 가격 상승요인이 다분한데다가 환율까지 크게 올라 당분간 기름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5132)
명윤병효 기자 입력 2022.05.31 11:43 수정 2022.06.01.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