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소·부·장 밸류체인 톺아보기
'셀 제조사부터 분리막까지'...올해도 국내 기업 활약은 이어진다
K-배터리, LG엔솔ㆍ삼성SDIㆍSK온 공격적 투자로 존재감↑
원가와 성능에 직접 영향 주는 양극재ㆍ음극재 개선노력 한창
세계 최대 전해액 생산국 中 대신 IRA로 한국 기업 역할 커져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소·부·장 중심의 밸류체인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IRA 발표 이후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으며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고 신기술로 배터리 효율을 높일 밸류체인 하단까지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새로운 강자로 외연을 넓혀 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니켈코발트망간(삼원계, NCM)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밸류체인이 형성돼있다. 앞으로 가격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안정적 밸류체인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배터리 산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K-배터리 삼총사의 도전
국내에서는 K-배터리 삼총사로 불리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배터리 셀을 제조하는 대표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SNE에 따르면 세 회사 모두 배터리공급량을 따졌을 때 글로벌 10대 기업 안에 속해있으며 그중 가장 생산 규모가 큰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 2020년 LG화학에서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열풍의 가장 중심에 서 있다. 현재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충북 청주와 중국 남경, 폴란드와 미시간에 해외법인과 공장을 가지고 있다. 미국 공장 추가 증설로 올해 총생산 능력(CAPA·캐파)은 약 35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폭스바겐, 포드, 혼다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는 각형을 주력으로 하며 원통형 배터리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각종 전자제품에 오래전부터 배터리를 공급해 소형에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동공구 등에도 쓰인다. 배터리 산업 초기주자 중 하나이지만 한동안 소극적 투자를 이어가다가 현재 미국 공장 건설 등 적극적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충북 천안과 울산, 구미, 헝가리 등에 사업장이 있으며 미국 인디애나주에 대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능력은 약 100GWh(기가와트시)가량으로 알려졌으며 2026년에는 생산능력이 20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BMW,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에 공급된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였던 SK온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파우치형이 주력인데 최근 각형에 이어 원통형 배터리도 개발을 시작했다. 다만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수율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신임 이석희 SK온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제품·원가 경쟁력 등 제조업 본연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SK온은 충남 서산과 헝가리, 미국 조지아 등에 공장이 있으며 올해 약 152GWh CAPA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SK온은 현대자동차와 미국 포드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원가 절감 핵심은 양극재…국내 기업 돋보여
리튬이온전지의 4대 핵심 소재 중 양극재(Cathode)는 전체 배터리 소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다.
대표적으로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등이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16년 양극 소재 사업 전문화를 위해 에코프로에서 물적분할했고 분기 매출만 약 1조 이상을 거둘 정도로 성장했다. 주요 고객사로는 지난 2011년부터 관계를 맺어온 삼성SDI가 있으며 현재 하이니켈 양극재 누적 물량만 20만톤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부터는 SK온에도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대구에 있는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한다. 다만 기존에는 매출의 70% 이상을 LG에너지솔루션에 의지했으나 테슬라와도 3조8000억원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계약을 체결했다.
GS그룹으로 분류되는 신소재 생산기업 코스모신소재는 양극재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 1조원이 전망된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양극재 등 배터리 소재를 만들어 LG에너지솔루션, GM, 토요타 등에 납품한다. 현재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설립에 4조원을 투입하는 등 설비투자(CAPEX)에 주력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연간 최대 6만t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성능 결정하는 음극재...실리콘 소재 등이 차세대
음극재(Anode)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재료비 원가 비중의 약 14%를 차지하며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 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한다. 2030년 기준으로 음극재의 전체 수요는 약 270만톤정도가 예상된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에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인 미래 중심 사업을 확장 중인 포스코퓨처엠은 대표적인 국내 음극재 제조기업이다. 최근에는 양극재도 생산하며 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이를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셀 기업에 공급한다.
최근 음극재 업계 화두는 성능 개선이다. 음극재의 90% 이상은 흑연계였지만, 실리콘 비율을 확대하는 것이다. 실리콘 비율을 높일 경우 안정성이 떨어져 스웰링이나 화재 사고가 발생할 수 있지만 충전 속도 상승이라는 장점 때문에 연구와 개발을 적극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해 온 대주전자재료도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실리콘 음극재를 공급하고 있으며 올해는 생산 능력을 기존 3000톤에서 1만톤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한솔케미칼이 차세대 음극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고 SKC의 자회사인 얼티머스는 CES에서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분리막과 전해질, IRA 덕 보나
분리막(seperator)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배터리의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소재다. 전기적 단락을 방지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는 전 세계 분리막 시장 규모가 금액 기준으로 2022년 75억달러(약 9조8500억원)에서 2030년 219억달러(약 28조78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있다. SKIET는 충북 청주와 증평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주요 고객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매출 성장으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785억원으로 지난해(158억원)의 5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국내에서는 더블유씨피(WCP)와 LG화학 등이 분리막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해질(Electrolyte)은 리튬이온의 이동 매개체로 전류를 흐르게 한다. 전해질을 물에 녹이면 전해액이 되며 에너지밀도와 배터리 수명에 기여한다.
특히 IRA 규정이 적용되는 부품인 만큼 앞으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계 전해액 생산의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 책임을 졌지만, IRA로 인해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중국 CATL에 전해액을 납품하고 있는 엔켐과 미국 테네시에 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동화일렉트로라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양극과 음극을 감싸는 얇게 만든 구리인 동박도 주요 부품으로 꼽힌다. 관련 기업에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SK넥실리스,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있다.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
정재원 기자(one@electimes.com) 입력 2024.01.27